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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전설 이미자, 66년 가수 인생의 마지막 무대

by future world 2025. 4. 28.

 

"꿈을 찾아 걸어온 세월, 괴로움도 슬픔도 가슴에 묻고, 나와 함께한 노래만이 나의 생명입니다."
가수 이미자(84)가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을 끝으로 무대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본인이 작사한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등장한 이미자,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미스터 트롯 3>와 <미스 트롯 3>의 진 김용빈과 정서주가 무대에 올라 전통가요의 3대가 한 자리에 섰습니다.

“은퇴” 대신 “못 오를 무대”

이미자는 이날 공식적으로 "은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습니다. 대신, "앞으로는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르고 싶어도 못 오를 것"이라며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음반을 내거나 단독 콘서트를 열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후배 가수의 무대에 조언하거나 게스트로 참여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세대를 잇는 헌정 무대

‘맥을 이음’이라는 공연 제목답게, 후배 가수들은 이미자의 대표곡들을 하나씩 불러 헌정했습니다. 주현미가 ‘아씨’와 ‘여자의 일생’을, 조항조가 ‘흑산도 아가씨’와 ‘여로’를 열창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정서주는 ‘눈물이 진주라면’과 ‘황포돛대’를, 김용빈은 ‘아네모네’와 ‘빙점’을 소화했습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과거 흑백 영화와 TV 드라마 장면이 스크린에 비춰져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했습니다.

6000석 매진, ‘살아있는 전설’에 보내는 경의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총 6,000석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의 팬들이었고, 많은 이들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대중가요는 사람을 과거의 특정 순간으로 순간이동시키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고, 이미자는 그 마법을 이끄는 최고의 존재였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미자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는 1989년 데뷔 30주년 공연을 이곳에서 시작해 5년마다 대형 공연을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관통한 노래들

공연 후반부, 무대는 더 깊은 감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출연 가수들은 ‘황성옛터’, ‘귀국선’, ‘해방된 역마차’, ‘전선야곡’, ‘가거라 삼팔선’ 등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역사를 담은 노래들을 이어 불렀습니다. 노래 한 곡 한 곡이 우리 민중의 아픔과 희망을 담아냈고, 관객들은 숨죽여 그 시간들을 함께했습니다.

“팬들의 사랑이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자 황수경 아나운서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이미자는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66년 세월 동안 수많은 아픔을 견뎌야 했던 진심이 묻어났습니다.

특히 ‘동백 아가씨’가 금지곡으로 묶였던 아픈 기억도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35주간 1위를 하던 곡이 하루 아침에 금지곡이 됐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이 노래가 22년 만에 해금된 것은 모두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이라며 울컥했습니다.

‘동백 아가씨’로 울려퍼진 무대의 마지막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동백 아가씨’였습니다. 무대 뒤편으로 동백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이미자는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이 곡을 불렀습니다.
이어 2009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발표했던 ‘내 삶에 이유 있음은’까지 부른 뒤, 관객들과 함께 ‘섬마을 선생님’을 합창하며 무대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을 오래 기억할게요”

공연 마지막, 스크린에는 "오늘을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서던 한 관객은 "이제 세종문화회관에 올 일이 없겠네"라는 말을 툭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한 시대의 끝을 목도한 깊은 감정의 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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