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나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만 딴생각이 나고 능률이 오르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 적, 혹시 있으신가요? 책상에 앉아 커피까지 마셔보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고, 방금 읽은 내용도 가물가물할 때가 있습니다. 할 일은 쌓여가는데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집중력은 아쉽게도 의지대로만 발휘되지 않고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하면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고 도움 되는 자극을 통해 집중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공부방이나 사무실에서 누구나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1. 집중력을 깨우는 향기의 힘: 레몬과 페퍼민트
향기가 기억력과 집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후각 신경은 뇌의 기분과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과 연결되어 있어, 특정 향기는 우리의 인지 기능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불쾌한 냄새를 맡았을 때 작업 기억 능력이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향기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요? 일본 오사카대 건축공학과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로즈마리, 페퍼민트, 레몬 향이 있는 방과 아무런 향이 없는 방에서 각각 독해 시험과 단어 암기 시험을 보게 했습니다.
실험 결과, 단어 암기 시험에서는 레몬 향을 맡은 그룹의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뒤이어 로즈마리, 페퍼민트, 무향 그룹 순이었습니다. 독해 시험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3주 뒤 다시 시험을 보았을 때 레몬 향 그룹은 이전 내용을 더 자세히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레몬 향이 독해 능력 자체보다는 기억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페퍼민트 향은 졸음을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로즈마리 향 또한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숙면을 유도하는 라벤더 향은 공부나 업무 공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라벤더 향은 심박수, 혈압, 피부 온도를 낮추고 뇌의 알파파와 세타파를 증가시켜 몸을 이완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부나 일할 때는 레몬이나 페퍼민트 향을, 휴식이나 수면 시에는 라벤더 향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두뇌 유출'을 막는 스마트폰 관리법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가장 큰 집중력 방해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집중해야 할 때 스마트폰을 엎어 두거나 무음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대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스마트폰을 책상에 엎어 두거나, 주머니나 가방에 넣거나, 다른 방에 두게 한 후 집중력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스마트폰은 모두 무음 상태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둔 그룹의 집중력 점수가 가장 높았고, 주머니나 가방에 넣은 그룹, 책상에 둔 그룹 순으로 점수가 낮아졌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심지어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책상 위에 엎어 둔 경우에도 집중력 저하 현상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두뇌 유출(brain drain)'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우리의 집중력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눈에 보이는 스마트폰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집중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입니다. 알림이 울리거나 화면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재적인 방해 요소로 작용하여 집중력이 새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곳, 예를 들어 다른 방에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는 공부나 업무뿐만 아니라 영화 감상, 독서, 취미 활동 등 즐거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습관입니다.
3. 자세 변화로 집중력에 활력 불어넣기: 가끔은 서서
계속 앉아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지겹고 집중이 안 될 때는 자세를 바꿔 서서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서 있는 자세는 앉아 있을 때보다 몸에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다리가 아프거나 균형을 잡기 위해 근육에 힘이 들어가죠. 그런데 이러한 약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각성 수준을 높여 집중력을 더욱 예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 텍사스A&M대 연구팀은 고등학생들에게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게 한 후 집중력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28주 동안 학생들의 과제 분석, 암기, 시간 관리 등 학업 관련 인지 능력을 측정한 결과, 서서 공부한 학생들이 앉아서 공부한 학생들에 비해 인지 능력이 7~14%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전두엽 활성화 정도도 증가했습니다.
다만, 서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항상 최적의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매우 어렵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는 앉아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난이도와 작업량의 과제를 수행할 때 서 있는 자세가 집중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중이 흐트러질 때 가볍게 자세를 바꿔보는 시도가 집중력을 되찾는 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4. 커피 대신 음악? 청각 자극의 효과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음악은 청각을 자극하여 뇌에 적절한 긴장감을 주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원리입니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AI를 통해 참가자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음악 감상 전에 비해 집중할 때 나타나는 뇌의 베타파 활동이 최대 46.8% 증가했습니다. 베타파는 문제 해결, 주의 집중 등 고도의 인지 활동 시 나타나는 뇌파로, 베타파가 높을수록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음악을 듣지 않았을 때보다 음악을 들으며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점수가 높았고 정답을 맞히는 시간도 단축되었습니다. AI 추천 음악뿐만 아니라 참가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신나고 흥미로운 음악을 골라 들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를 커피의 각성 효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마셔도 집중이 잘 되지 않거나, 카페인에 민감하여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는 집중력을 덜 방해하는 잔잔하거나 경쾌한 연주곡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집중력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상태에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요소입니다. 레몬이나 페퍼민트 향을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을 시야에서 완전히 치우고, 때로는 서서 자세를 바꾸거나,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듣는 등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인 방법들을 일상에 적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업무에 몰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은 변화가 큰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