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장무환 일병 45년만에 귀환
- 이모저모
- 2021. 6. 1. 20:30
국군포로 장무환 일병 45년만에 귀환
1948년 장무환씨는 국방경비대로 국군에 입대한다. 이당시는 모병제라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에 군대에 입대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장무환도 이렇게 입대를 희망하여 국방경비대에 들어갔으나 폐에 문제가 생겨 8개월만에 의병 제대를 한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장무환은 또 다시 입대한다. 이번에는 국군이 아니라 인민군에 입대한다. 장무환의 고향 경북 울진까지 인민군들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장무환은 인민의용군에 편성된다. 전쟁 속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금강산까지 끌려간다. 그런데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도망을 가 고향 울진으로 돌아온다. 수백 km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도망온 것이다.
1952년 11월 또 장무환은 입대 영장이 나와 또 국군에 입대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복무할 곳이 고향에서 멀지 않은 부산이었다. 휴전을 곧 한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을 즈음 난데없이 부대가 동부전선으로 이동해서 전장에 투입된다. 휴전 전에 한치의 땅이라도 더 빼앗으려는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잡혀 북한으로 끌려가게 된다.
국군포로가 되어 북한에서 잡혀 있던 장무환은 목숨을 걸고 45년만에 북한 땅을 탈출한다. 중국으로 탈출한 후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사관에 국군포로라고 하며 도와달라고 하였으나 대사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무환은 북한으로 송환되면 죽는 것인데 어떻게 탈출시켜야 할까? 은신처에서 기차 타고 항구도시까지 이동한다. 거기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넘어올 수 있게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여권이 없는 상태라 배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은신처에 장무환을 숨겨 두고 가족들은 한국으로 넘어와서 여권을 만들려고 계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방부 관계자는 장무환이 국군포로라고 해도 현재는 북한주민이므로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한다. 장무환은 법적으로 북한 주민이므로 정부가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 주민을 데리고 오면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무환 조카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오더니 어디로 나오라고 한다. 아무 이유도 묻지 말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호텔 로비에서 12시 정각에 만나자는 전화였다.
장무환 조카는 약속대로 나가보니 어떤 사람이 뭔가 전해주고 휙 가버렸다. 대한민국 여권이었다. 조카와 가족은 바로 중국으로 넘어가 장무환을 배에 태우려 했다. 그런데 출국심사대에서 문제가 생긴다. 장무환 여권에는 중국으로 입국할 때 찍는 도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입국 직원은 왜 입국 도장이 없느냐고 물었다. 자칫 잘못하면 체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무환 조카는 들어올 때 여권을 내밀었는데 너희들이 입국 도장을 안 찍어 놓고 왜 우리들에게 뭐라고 하느냐고 오히려 당당하게 따졌다. 이렇게 실랑이를 오래 하다보니 뒤에 사람들이 줄은 서 있고, 계속 실랑이를 할 수는 없고 출입국 직원이 출국 허가 도장을 꽝 찍어 주었다.
그렇게 1998년 한국으로 가는 배를 타고 4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입국 후 조사를 해보니 진짜로 금성전투에서 실종된 장병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사 기록도 삭제되고 1998년 면역 신고를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2012년 아내 박순남 씨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2015년 장무환 씨도 아내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6.25 전쟁으로 북한으로 끌려간 국군 포로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으나 조국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힘으로 돌아온 병사는 81명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온 포로는 1명도 없다. 만약 지금도 생존해 계신다면 아마 90살은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분들이 마지막으로 고향 땅을 밟아 보도록 북한 당국이 노력할 수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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