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김득신의 학문의 길, 반복의 힘
- 이모저모
- 2021. 11. 13. 07:42
김치와 김득신의 학문의 길, 반복의 힘
조선 중기 김득신이란 선비가 있었다. 화가였던 김득신과는 동명이인이다. 김득신은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앓아서 그런지 우둔하고 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김치는 김득신을 질책하지 않고 꾸준하게 격려해 주었다. 아버지의 노력이 있었는지 드디어 열 살이 되어서 겨우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각이 발달하지 못해 글을 배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에 남지 않았다.
아버지 김치의 격려
김치는 김득신에게 학문의 성취가 늦는다고 해서 성공못하리라는 법은 없다며 그저 읽고 읽고 또 읽고 반복하다보면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며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워낙 머리가 둔해 동네사람들은 학문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똑똑한데 아들은 저렇게 우둔하다고 하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 김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읽다 보면 반드시 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아들을 격려했다. 지금은 비록 배우는 속도가 느릴지 몰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나중에 조선팔도에서 가장 유명한 선비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항상 김득신에게 열심히 읽음녀 반드시 대문장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독이고 격려했다. 김득신은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 책을 잡고 수없이 반복하고 반복하며 읽었다.
하인도 암송하는 글귀가 기억 안 나
하루는 김득신이 하인과 함께 동네 산책을 가다가 담너머에서 글읽는 소리가 들렸다. 김득신은 그 소리를 듣고 "하아, 저 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글귀인데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무슨 구절이었더라....?"
이때 하인이 "도련님, 저 글읽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십니까? 저 글귀는 도련님이 자주 읽던 글귀입니다. 저도 하도 많이 들어서 외우는 정도인데, 도련님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김득신이 읽은 글귀는 <사기열전> 중 <백이전>이었다. 무려 11만 3천번을 읽었다고 한다. 다른 책들도 기본적으로 만 번 이상은 읽었다고 하니 그의 노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드디어 59세에 과거 급제
이렇게 둔한 김득신이었지만 끊임없는 반복의 힘으로 드디어 59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득신이 비록 우둔하고 한 구절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당대 문장가로 이름을 크게 떨쳤다. 자신이 우둔하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탄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가 남긴 시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마천의 사기를 천 번 읽고서야 금년에 겨우 진사과를 합격했네>
사마천의 사기를 천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뜻인데, 그 노력에 비해 겨우 진사 벼슬을 했다는 뜻이다.
재능보다는 노력
세상에는 자신의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하여 재능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김득신처럼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은 많다.
자신의 재주나 재능이 부족하다고 한탄하지는 말자. 나중에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다. 재능이 부족하여 속도가 늦을수는 있으나 성공할 수는 있는 것이다. 김득신의 예처럼 얼마나 절실하게 힘을 다해 노력하고 반복했는지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
김득신은 백곡집을 남기고 80세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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