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지연의 유래_초 장왕의 관용
- 이모저모
- 2021. 9. 11. 07:06
절영지연의 유래_초 장왕의 관용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에 장왕이란 왕이 있었다. 왕위에 오른 지 3년이나 되었는데도 정치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주색잡기에 빠져 있었다. 이런 왕에게 신하들은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을 아뢴다. 그러나 그는 포고문을 발표한다. 포고문에는 <왕에게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솥에 넣어 삶겠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왕이 이렇게 주색잡기에 빠져 있으니 대부분 신하들도 이를 다행으로 여기며 백성의 삶을 보살피기보다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오거의 건의
어느 날 <오거>라는 신하가 주색잡기에 빠져 있던 왕을 찾아왔다.
오거: 왕께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장왕: 나에게 간하고자 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모르느냐?
오거: 간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를 내려고 합니다.
장왕: 수수께끼? 그래. 그거 괜찮구나. 한번 말해 보거라.
오거: 나무에 새 한 마리가 사는데 그 새는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울지도 못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새일까요?
장왕: 음. 나는 그 새를 알고 있다. 그 새는 비록 3년을 날지 않았으나 한번 날면 하늘에 닿을 것이다. 또 비록 3년을 울지 않았으나 한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자신을 풍자한 것임을 알고 있는 장왕은 오거에게 조금 더 기다리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하지만 장왕의 주색잡기는 그칠 줄 몰랐다.
소종이 간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하 <소종>이 찾아와 간하였다.
소종: 초나라가 망하고 있습니다. 폐하. 부디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장왕: 간언하는 사람은 죽이겠다고 했다. 너는 그 사실을 모르느냐?
소종: 임금께서 정신만 차릴 수 있다면 이 몸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때 장왕은 소종을 쏘아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얼굴 색을 바꾸고는 소종에게 정중하게 절을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소종의 말을 따라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거를 불러들인 후 그에게 중책을 맡겼다.
사실 장왕은 주색잡기에 빠져 있던 것이 아니었다. 주색에 빠진 것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는 신하들을 관찰하고 중용할 사람과 멀리할 사람을 점찍었던 것이다.
절영지연의 유래
하루는 장왕이 공을 세운 사람들을 위해 궁궐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장왕은 마음껏 연회를 즐기라며 술잔도 따라주었다. 흥겨운 연회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연회 장소를 비추던 등불이 모두 꺼져 버렸다.
그때 장왕의 애첩이 비명을 질렀다. 어둠을 틈타서 누군가 애첩의 몸을 어루만진 것이다. 장왕의 애첩은 "제가 그자의 갓 끈을 끊어 쥐고 있으니 지금 빨리 등불을 켜면 누구의 소행인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연회는 일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 장왕이 아끼는 애첩을 더듬었다니 누구인지 몰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장왕은 불을 켜지 말라고 하였다.
"이 일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신하들은 지금 모두 갓 끈을 끊고 던져 버려라. 그리고 계속 연회를 즐기도록 하라"
잠시 후 불이 켜졌을 때 신하들은 하나같이 갓을 쓰지 않았고 끝까지 장왕은 누구 소행인지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중국 진나라가 세력을 떨치며 초나라와 전쟁을 하였다. 그때 초나라 장수 중 선두에 서서 용맹하게 싸우는 장수가 있었다. 초나라는 이 장수의 활약으로 진나라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은 이 장수를 불러 치하했다. 그리고 그렇게 용감하게 싸운 이유도 물어봤다. 그 장수는 자신이 갓끈을 뜯긴 사람이라며 중벌을 받아야함에도 대왕께서 살려주었으니 대왕을 위해 죽을 각오로 싸웠다고 말했다.
이것이 <절영지연(絶纓之宴)>의 이야기이다. 즉 갓끈을 끊고 즐기는 연회라는 뜻이다.
아랫 사람의 잘못을 처벌하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준다면 반드시 보답이 있다는 뜻이란 고사성어이다.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다 노부나가의 리더십과 나가시노 전투 (0) | 2021.09.30 |
---|---|
유대인 차별 알프레드 드레퓌스 사건 (0) | 2021.09.22 |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위치와 와칸회랑 (0) | 2021.08.26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패권전쟁 그리고 대만 (1) | 2021.08.07 |
조선 영조의 장수 비밀은 소식과 거친 음식 (0) | 2021.08.07 |